이름만으로도 멋진 운달산(구름에 닿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다) 자락의 김용사에 들렀다. 신라 진평왕 때 운봉사란 이름으로 창건되었고 후에 김룡사로 개명된 이 절은 경북 불교 교육의 한 장을 장식한 조계종의 말사이며 많은 암자와 보물을 간직한 천년고찰이다. 가을의 끝자락 겨울의 초입에서 전나무 숲 길로 유명한 김룡사로 떠나보자.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일주문인 홍하문 (붉은 노을)의 현판이 우리를 반긴다. 오는 길 문경의 산새를 보여주는 구불구불한 산 길도 너무 좋았지만 깊은 산속 일주문을 보는 순간 숲 속 특유의 청량함과 김용사의 기대감으로 눈과 몸의 피로는 잊힌 지 오래다. 자 이제 운달산 김룡사 숲 길을 걸어보자.
사찰의 금강문을 대신하는 듯 금강역사가 그려진 보장문은 솟을삼문 형태로 멀리서 보아도 숲길과 너무 조화롭게 우뚝 서 있다.
보장문의 뜻이 부처님 진리가 감춰진 문이라고 하니 금강역사의 호위를 받으며 부처님 세계에 발을 내디뎌 보자.
계단 위로 천왕문이 우뚝 서 있다.
목조 사천왕상을 보다 석조를 보니 새로워 자꾸 시선을 돌리게 된다. 절을 다니다 보니 예전엔 사천왕상에게 두려움 내지 어려움이 있었다면 우리 주위와 불교 정토를 지키는 천신으로 의미가 바뀌니 오히려 감사의 마음으로 절을 올리게 된다. 감사의 삼배를 올립니다.
이 계단을 올라서면 대웅전이 보인다.
대웅전 앞 2개의 노주석은 예전 사찰의 어둠을 밝혀주던 유물이다. 대웅전 양쪽으로 설선당과 해운암(종무소) 이 있다.
목조 석가모니 부처님을 본존불로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을 모시고 있다. 조선후기 작품으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금륜은 칠성 신앙에서 비롯된 말로 칠성각 또는 삼성각을 표현한 전각이다.
칠성부처님과 산신, 나반존자를 모신 작은 전각으로 대웅전 뒤 왼편 높은 곳에 위치한다. 탱화가 모두 19세기말의 작품이라 한다.
대웅전 뒤 오른편에 위치하며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가을끝자락에서 파란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응진전.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는 봄이면 이곳 응징전은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그 제자인 16 나한을 모신 전각답게 김룡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응진전 위 언덕을 넘어가야 보이는 삼층석탑과 석불입상이다. 1700년대 같은 시기에 조성된 걸로 보이며 미륵불인 석불입상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김룡사 명부전은 가는 길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면 접하지 못할 다른 전각들과 반대편인 시냇가 건너편 언덕에 위치해 있다.
목조지장삼존상(문화재) 이 모셔져 있다.
이렇게 김용사의 전각들을 돌아 나오다 본 벌통이 너무 멋스러워 한컷. 김용사의 느낌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벌통을 보며 한참을 살펴도 벌은 보이질 않는다. 벌써 겨울을 준비하고 잠들었나 생각하며 돌아 나온다.
보장문에서 걸어 내려와 오른편으로 돌면 이런 멋진 전나무 길이 펼쳐진다. 자연 그대로가 멋진 선물이 되는 이곳 김용사 숲길이다.
숲 길에 취해 걷다 보면 보이는 대성암. 수리 중이라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엄청 큰 은행나무에 은행이 떨어지고 문 옆으로 야생 달래가 지천이었다. 긴가 민가 살짝 뜯어보고 바로 심었다. 대성암에서 왼편으로 뻗은 길을 올라가면 양진암이다.
이 높은 곳에 이 많은 돌들로 성벽을 쌓아 놓은 듯하다.
양진암은 직지사의 말사로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재건과 중건을 여러 차례 한 바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한다. 경내가 너무 조용하고 불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깔끔한 사찰이다. 한 전각에서 비구니 스님의 불경 소리 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조용히 사진 한컷으로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겨울이 오려한다. 가을을 채 즐기지도 못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려 한다. 조금 있으면 이곳 문경은 눈으로 덮여 혼자만의 산사 겨울나기가 시작될 것이다. 더 늦기 전 전나무 숲길의 아름다움을 찾아 김룡사를 방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