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사의 가을은 오어지 둘레길과 함께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여름이 너무 길었던 탓에 가을 답지 않은 가을과 예전처럼 멋진 단풍도 없이 겨울이 올 것 같다. 지금은 겨울의 모습을 준비하고 있을 오어사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의 오어사는 가을을 준비하는 여름을 벗어버린 싱그러우면서도 조용히 멋스러운 그런 곳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길 양 옆으로 차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둘레길 탐방객과 오어사 방문객의 차들 같았다. 초행길이라 이렇게 들어가다 나오기도 힘든 게 아닐까 걱정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유명세에 비해 자그마한 주차장이 나타났다. 헉... 한자리가 비어있다. 이것 또한 부처님의 배려라 생각하고 얼른 주차했다. 감사합니다.
후문의 오른편에 화장실이 있다. 왼편으로 돌아가면 오어사 현판이 걸린 정문 격인 가학루가 나타난다.
후문을 들어서면 바로 앞에 서있는 보리수나무는 오어사의 전신인 항사사 때부터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럼 수령이 얼마나 되는 걸까? 궁금해하며 둘러본다. 동자승 샘물의 뜨개질 모자가 너무 정겹다.
대웅전은 절 규모와 비슷하게 아담한 규모다. 화엄성중의 모습들이 무섭지 않고 오히려 정감 있다. 오어사는 모든 탱화의 느낌이 부드럽다. 오랜 세월의 흐름 때문인지 전각과 탱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듯하다.
대웅전에서 보면 가학루 현판이 걸려있다. 앞에서 보면 2층 누각이지만 대웅전에서 보면 1층 누각이며 많은 정성을 기울인 듯 멋스럽다. 누각에서 오어지로 흐르는 강이 보여 운치를 더하는 것 같다. 누각의 연대는 오어사의 역사보다는 많이 짧아 보이지만 가학루 편액은 절에 보관된 것이라고 하니 역사가 깊다고 볼 수 있다.
백의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다. 이 날은 문이 닫혀 있어 밖에서 삼배하고 다른 전각으로 향했다.
관음전 옆으로 있으며 오어사의 유래에 관련한 유물들이 있다.
오어사는 물과 관련 깊어서 인지 산신각을 따로 두고 용왕당을 삼성각에 두고 있다. 독성나반존자와 칠성불, 용왕님을 모시고 있다.
산신령님의 표정이 너무 인자하시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그 제자들인 나한을 모신 전각
경내 제일 안쪽에 있다. 운제산을 병풍 삼고 그 아래 오어지로 흐르는 냇물을 배경으로 조화롭게 서 계셨다.
해수 관세음보살님 뒤쪽에 보이는 돌탑. 쌓아 놓은 모습이 열심히 수도하는 동자승 같아 한컷. 정성껏 쌓으신 분도 소원 성취 하십시오.
해수관세음보살님 위쪽으로 자장암이 보인다. 관음보살님 뒤쪽으로 시내를 건너 올라가면 또 다른 암자인 원효암이 있다고 한다.
경내를 다 돌고 나오면 원효의 일대기가 적힌 나무판이 보인다. 오어사의 유래가 원효대사라 그런 것 같다.
후문 옆 범종이 보인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종무소 앞에서 오어사 수도 깔기 서명을 받고 계셨다. 서명한 이들에게 범종을 한 번씩 칠 기회를 주셨다. 마음을 담아 댕~~~~
이렇게 오어사를 돌아 후문으로 나오면 오어사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출렁다리(원효교)가 서 있다. 다리 아래에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기대하며 많은 잉어 떼와 거북이가 몰려다니고 있다.
원효교를 시작으로 오어지 둘레길이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출렁거리는 원효교를 오고 간다. 주말이면서 주차할 공간이 없던 것치곤 오어사 경내는 조용한 편이었다. 원효교 위에서 바라본 오어사는 운제산과 함께 멋스러운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조금씩 물들어 가는 오어사를 보면서 나도 조금씩 주변과 어우러지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맘먹으며 오어사 여행을 마친다.
